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자작과 도전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K-POP의 혁명
1장. 탄생과 도전의 서막
2017년, JYP엔터테인먼트는 새로운 보이그룹을 선발하기 위한 독특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름은 바로 〈Stray Kids〉. ‘길을 잃은 아이들’이라는 다소 낯선 제목의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연습생들이 스스로 팀을 결성하고 음악을 만들며 데뷔 기회를 쟁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포맷이었다. 기존의 기획사 주도형 아이돌 제작 시스템과 달리, ‘자립’과 ‘주체성’을 내세운 이 프로젝트는 방영 당시부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멤버들은 방찬(리더), 리노, 창빈, 현진, 한, 필릭스, 승민, 아이엔으로, 현재까지 그룹을 이루고 있다. 팀의 가장 큰 특징은 초창기부터 자작곡 중심의 음악 활동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이다. JYP가 오랫동안 내세워 온 ‘자체 프로듀싱 아이돌’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더 과감하고 거친 색깔을 담아냈다.
2018년 정식 데뷔 앨범 **〈I Am NOT〉**을 발매한 스트레이 키즈는, 스스로의 존재론적 고민을 담아낸 타이틀곡 **〈District 9〉**으로 주목받았다. 이 곡은 전자음과 힙합이 강렬히 뒤섞인 사운드, 그리고 외침에 가까운 보컬과 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은, 10대와 20대 초반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고, 이는 그룹의 정체성을 선명히 규정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2장. 자작돌의 길—쓰리라차(3RACHA)의 힘
스트레이 키즈 음악의 중심에는 **쓰리라차(3RACHA)**라 불리는 프로듀싱 유닛이 존재한다. 리더 방찬(3racha의 CB97), 래퍼 창빈(SpearB), 그리고 다재다능한 아티스트 **한(J.ONE)**으로 구성된 이 유닛은 연습생 시절부터 꾸준히 자작곡을 발표해 왔다.
쓰리라차는 스트레이 키즈의 모든 앨범 제작 과정에서 핵심적인 프로듀싱 역할을 맡고 있다. 그들이 쓰는 음악은 단순히 멜로디와 가사를 넘어, 그룹이 나아가야 할 메시지와 세계관을 결정짓는다.
예컨대, 2019년 발매된 앨범 **〈Clé 1 : MIROH〉**는 ‘미로 같은 세상 속에서 길을 잃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청춘의 투쟁을 담고 있다. 타이틀곡 **〈MIROH〉**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강렬한 드럼과 웅장한 합창으로, 듣는 이들에게 “함께 외치며 버티자”는 용기를 준다. 이 곡은 스트레이 키즈를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려놓으며, 해외 팬덤 확대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처럼 자작 기반의 음악은 스트레이 키즈를 ‘누가 만들어준 아이돌’이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아이돌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3장. 음악적 특징—강렬함과 실험정신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강렬한 에너지와 실험성’**이라 할 수 있다. K-POP이 흔히 사랑 노래나 화려한 퍼포먼스를 강조한다면, 스트레이 키즈는 보다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사운드,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하는 데 집중했다.
- 힙합과 트랩, EDM의 과감한 결합: 타이틀곡 대부분은 무거운 베이스와 빠른 템포의 랩을 전면에 배치한다.
- 예상치 못한 전개: 후렴이 반복되는 구조 대신, 곡의 중후반에 갑작스럽게 장르를 전환하거나 리듬을 뒤집는 편곡이 많다. 이는 마치 영화적 서사를 음악 속에 담는 듯한 효과를 낸다.
- 정체성 담은 가사: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왜 이토록 압박하는가”, “내 길을 내가 선택하겠다”와 같은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God’s Menu〉(2020)**는 “우리만의 메뉴를 만들겠다”는 도발적인 가사와, 마치 주방에서 칼을 다루듯 날카로운 퍼포먼스로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 곡은 스트레이 키즈의 ‘마라맛 콘셉트’를 확립하며, 해외 팬들이 그들을 **“4세대 K-POP 대표 그룹”**으로 호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4장. 글로벌 성과와 빌보드의 정복
스트레이 키즈는 2020년대 들어 K-POP 보이그룹 중에서도 독보적인 글로벌 성과를 거두고 있다.
- 빌보드 200 차트 1위: 2022년 앨범 〈ODDINARY〉로 첫 정상을 차지한 이후, 〈MAXIDENT〉, 〈★★★★★ (5-STAR)〉 등 연속으로 1위에 올랐다. 이는 방탄소년단, 세븐틴과 함께 K-POP 보이그룹 최상위권을 형성하는 성과였다.
- 전 세계 투어 성황: 북미, 유럽, 아시아를 아우르는 월드투어는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에서의 공연은 대형 스타디움까지 확대되며, K-POP 시장에서 그들의 위상을 증명했다.
- MTV·AMA·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 다양한 글로벌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K-POP이 단순한 ‘한국 음악’이 아닌 세계 음악 산업의 주류로 자리잡는 과정에 기여했다.
특히 2023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Top K-POP Album” 부문을 수상한 것은, 그들의 자작 음악이 단순히 팬덤 내에서 소비되는 것을 넘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가진다.
5장. 팬덤 ‘STAY’와의 공존
스트레이 키즈의 팬덤은 **‘STAY’**라 불린다. “너희 곁에 머무르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 이름은, 길을 잃은 아이들이더라도 팬들이 곁에 함께 있기에 결코 외롭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스트레이 키즈는 팬과의 소통을 그룹 정체성의 중요한 축으로 삼는다. 유튜브 채널과 V LIVE, SNS를 통해 직접 만든 예능 콘텐츠를 꾸준히 공개하고, 팬들에게 작업 과정과 비하인드를 공유한다. 또한 멤버들은 자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무대 위 퍼포먼스에서 팬들을 향해 **“같이 가자”**는 손짓을 보내곤 한다.
STAY 역시 단순한 팬덤을 넘어, 그룹의 철학과 함께 성장해왔다. 스트레이 키즈가 외치는 자립, 도전, 정체성 탐구는 팬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며, 자신들의 삶 속 문제를 극복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6장. 사회문화적 의미
스트레이 키즈의 성공은 단순히 또 하나의 K-POP 그룹의 흥행에 머물지 않는다.
첫째, 자작돌 모델의 완성이다. 이들은 기획사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스스로 창작과 메시지 전달의 주체로 자리잡았다. 이는 앞으로의 K-POP 보이그룹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다.
둘째, 세대적 감수성의 반영이다. 스트레이 키즈의 노래는 “불확실한 세상 속의 청춘”을 대변한다. 경쟁과 압박, 불안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겠다는 선언은, 전 세계 젊은 세대의 보편적 감정을 건드린다.
셋째, K-POP의 글로벌 확장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스트레이 키즈는 방탄소년단 이후의 세대가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빌보드 연속 1위, 글로벌 투어 매진은, 그들의 영향력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임을 증명한다.
7장.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그러나 스트레이 키즈에게도 도전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음악적 다양성 확보: 현재까지는 강렬한 사운드에 집중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발라드, 어쿠스틱, R&B 등 폭넓은 장르 실험이 필요하다.
- 세계관 확장: 자작곡의 메시지를 하나의 서사적 유니버스로 발전시킨다면, 팬덤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 개인 활동과 그룹 활동의 균형: 멤버 각각의 개성을 살린 솔로 프로젝트가 병행된다면, 그룹의 전체적인 수명과 영향력도 더욱 길어질 것이다.
결어: 길을 잃었지만, 결국 길을 만든 아이들
스트레이 키즈의 이름은 ‘길을 잃은 아이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사실은 아무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아이들에 가깝다.
자작 음악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팬들과 함께 성장하며, 글로벌 음악 시장을 정복한 그들의 행보는 K-POP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스트레이 키즈가 보여줄 새로운 실험과 성취는, 단지 팬덤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청춘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